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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원한다면 사람에게 투자하라”

“노동시간 단축과 여성 인력 활용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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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칸 MIT 교수(오른쪽)와 문국현 뉴패러다임연구소 대표가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의 뉴패러다임 모델을 배우러 왔습니다.”

인적자원과 노사관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토머스 코칸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협의회 의장은 6월7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뉴패러다임연구소에서 문국현 연구소 대표(전 창조한국당·유한킴벌리 대표)와 진행한 공동 인터뷰에서 지식 기반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직장 내 평생학습 체제를 통해 사람에 투자하는 ‘뉴패러다임 모델’ 같은 혁신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한킴벌리 사장 시절부터 뉴패러다임의 실천과 확산 작업을 주도한 문 대표는 “사람을 비용으로만 생각하고, 이를 가능한 한 줄여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존 경영전략으로는 미래가 없다”면서 “중국과 같은 거대한 나라에서도 뉴패러다임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뉴패러다임, 미 ‘하이로드’ 전략과 일맥상통

코칸 교수는 연구소가 중국의 브라이트차이나그룹과 공동으로 이날 개최한 ‘뉴패러다임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연구소는 4월 초부터 8주간 브라이트차이나의 전문가들에게 뉴패러다임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 작업을 벌였다. 브라이트차이나는 뉴패러다임을 중국에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소와 협의 중이다.

코칸 교수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일자리를 만들려면 “노동시간 단축과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일·가정·교육의 3대 요소가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과 인식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국 노사관계에 대해 “기존 대립적 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과 복수노조 문제에 대해 “어떤 제도도 노사가 대립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코칸 교수는 최근 중앙대 재단이 기업을 위한 ‘직업인훈련소’를 표방하며 실용학문 위주의 학과 구조조정을 강행한 것과 관련해 “대학은 사회를 위한 교육의 장이지, 기업을 위한 교육의 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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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칸 MIT 교수

-이번 방한에서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코칸: 한국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심포지엄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에 관해 다뤄진 내용을 미국으로 가져가 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하고 싶다. 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에 관한 프로그램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인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뉴패러다임 모델을 어떻게 평가하나.

=코칸: 평생학습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생각이 우리와 비슷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뉴패러다임 모델은 다른 나라에서도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뉴패러다임 모델과 유사한 경영전략이 있는가.

=코칸: 미국에서는 ‘하이로드’(High Road) 전략이 있다. 사람에 투자함으로써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활수준도 함께 향상시키는 것이다. 하이로드는 인력을 비용으로만 간주해 최소화하려는 기존 ‘로우로드’(Low Road)와는 완전히 대비된다.

=문국현(이하 문): 우리나라는 지금껏 로우로드에 몰입해, 악순화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이웃 중국의 저원가 체제만 염두에 두다 보니, 유럽과 미국이 하이로드 전략을 통해 성공한 것을 간과했다. 로우로드 전략으로는 중국·베트남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중국의 브라이트차이나그룹이 뉴패러다임 도입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받았는데, 성과가 있었나.

=문: 작업장에서 가치를 창조하고,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가족과 직장과 사회가 함께 성공하려면 평생학습을 통한 뉴패러다임 외에는 길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다음 문제는 이를 중국에 어떻게 도입할 것이냐인데, 일단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면 가속화할 것이다. 유한킴벌리의 주도로 5~6년 전에 뉴패러다임을 도입한 중국·대만 회사들의 경우 연간 45%씩 고도성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도 컨설팅 받아

=코칸: 중국은 지금껏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내용을 보면 저비용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중국이 기존 역할에서 벗어나 더 성장하려면 근로자의 생활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수많은 인적자원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혁신적 시스템 도입은 중국이 사회적 통일성을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중국은 아주 역동적인 사회인데, 사회적 통일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사회적·정치적으로 큰 위협을 초래할 것이고, 그것은 전세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저비용 체제를 혁신적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 등에 배워야 한다.

-평생학습 체제를 위해서는 노사관계와 사회적 시스템도 변화가 필요할 텐데.

=코칸: 우리가 20세기로부터 물려받은 노사관계는 한마디로 대치·갈등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노동자들이 학력이 높아지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고, 협력과 참여의 기회가 확대되기를 원하면서 새로운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협력적 노사관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팀 중심으로 유연하게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거기서 얻은 새 지식을 실제 문제 해결에 이용하고, 새롭게 운영 방식을 만드는 데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그러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런 성과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

 

중소기업끼리 지식·정보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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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뉴패러다임연구소 대표

=문: 우리나라의 기존 일자리는 생산성이 선진국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치를 더 많이 창조하면 고객도 좋고, 이익도 증가하고, 근로자도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근로자도 직장 내에서 신기술·신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특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전문직 일자리 200만~300만 개를 더 만들려면 저임금·저가치에서 고임금·고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교육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지만, 선진국은 7~8% 수준으로 평생학습기금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일시적 해고자들에게 1천여 개의 직업훈련기관에서 국가기금으로 지식을 보충해줘 2~3년 안에 일자리를 다시 얻도록 한다. 이런 직업 교육 시스템은 강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아직도 저임금·장시간 근로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자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체제 속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활로가 있을까.

=코칸: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중소기업도 저임금·장시간 근로체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 간 상호 협력이다.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지식·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산업 내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하도급 업체들끼리 협력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기관과의 연계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인력을 공급받고, 창업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은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심각하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

=코칸: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정의 가사노동 분배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남성이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육아나 가사노동에 전념해야 한다. 만약 남성의 노동시간을 줄이면, 여성도 자유로이 노동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유연한 노동시간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한국 정부가 최근 단시간근무제 활성화 방안을 시행 중인데, 일부에서는 또 다른 비정규직만 만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한국이 단시간근로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코칸: 네덜란드에서는 배우고 프랑스에서는 배우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네덜란드는 노동시간 단축을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접근했다. 줄어든 노동시간을 이용해 학습을 하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해 가정에서 가족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하고, 재택근무도 가능하게 했다. 이런 구조적 접근을 하면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올릴 수 있고, 유용한 방식의 근무를 늘리고, 평생학습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프랑스는 노동시간만 획일적으로 줄이고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한국도 입법 과정부터 이를 잘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비정규직만 늘어나고 이들과 정규직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한국 노사관계는 지금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제 경쟁이 심해지는데 노사는 대립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노사관계와 관련해 <상생>(Mutual Gain)이라는 책을 썼는데, 한국 노사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코칸: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은 기존의 수직적 관계에서 탈피해, 사용자가 노동자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다. 평생학습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유연화된 노동정책을 도입하고, 노동시간 단축 노력을 해야 한다. 노조도 이를 추진하기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최근 노사관계의 최대 쟁점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문제다.

=코칸: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는 노사의 비전 공유에 달렸다. 미국에서도 공무원의 경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조가 노사 간 커뮤니케이션의 고리가 되고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면 전임자에 대한 투자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면 전임자 임금은 노조의 전투력만 향상시키는 셈이다. 복수노조는 어려운 문제다. 일부 미국과 유럽이 복수노조에 성공한 것은 노사가 어떤 비전을 공유할지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가졌기 때문이다. 노조들이 대립하면 이런 시스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적 노사관계다.

 

무노조경영? 노동자의 선택 존중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며 노동계와 대립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추세인데, 삼성의 이런 경영전략이 유지될 수 있을까.

=코칸: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보면 노동자의 결사 자유는 기본권이다. 노조 결성에 대한 선택은 노동자에게 있지 사용자에게 있지 않다. 사용자는 노동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최근 중앙대가 졸업 뒤 취업이 어려운 인문학 학과를 축소하고 대신 실용학문을 강화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국의 일부 기업인들이 대학이 기업을 위한 ‘직업인훈련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코칸: 대학은 사회를 위한 교육의 장이지 기업을 위한 교육의 장이 아니다. 기업으로서도 학생들이 창조적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회에 진출했을 때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각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이 학문에 대한 열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전공과 관계없이 공부 환경을 마련해주고 지원하는 것이다.

글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뉴패러다임 모델

직장 내 평생학습 체제를 구축해 직원을 지식근로자로 양성함으로써 회사 경쟁력을 높이고 직원의 고용 안정과 삶의 질을 높이는 1석3조의 한국형 경영혁신 모델이다. 학습시간 확보를 위해 기존 2조 또는 3조 교대 근무체제를 4조 2교대나 4조 3교대로 전환하기도 한다. 국내 생활용품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가 문국현 사장의 주도로 1990년대 중반 처음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참여정부 시절 출범한 뉴패러다임센터의 지원을 받아 현재 포스코, 풀무원 등 300여 개 기업과 기관이 이 모델을 도입했다.

 

 

한겨레21 http://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27550.html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100618181043469&p=han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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